[OCS PEOPLE] 

48기 조우철 명예회장

<장욱진 회고전>을 보고 나서

48기 조우철 명예회장이 10월 9일 <장욱진 회고전>을 보고나서 사단법인 단톡방에 글을 올렸다.

가을의 정취가 묻어나는 휴일(한글날) 덕수궁에서 <장욱진 회고전>(23.9.14~24.2.12)을 보며 모처럼 고급문화에 흠뻑 취할 수 있어 즐거웠다. 장욱진 문화재단 이사장인 김동건 회장님의 초청과 배려(티켓, 그림 해설, 저녁)의 덕분이다.

OCS 후배들과 같이 관람한 이 전시회는 김동건 회장의 재단 이사장을 맡게 된 소설 같은 이야기와 내가 조금은 아는 남편 장욱진을 위한 헌신적인 사랑과 지원을 한 이 순경 여사의 순애보가 곁들여진 ‘이야기가 있는 전시회’였기에 더욱 감명이 깊었다.

장욱진 화백은 박수근과 이중섭, 김환기 등과 함께 한국의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2세대 서양화가의 거목이다. 장욱진은 가족이나 나무, 아이, 새 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박한 소재들을 주로 그렸다.

나는 그림을 잘 모르지만, 장 화백의 그림의 특징은 단순하므로 쉽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면, 볼수록 오묘하고 어려워진다. 장 화백은 ‘그림은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툭툭 튀어나오는 것이라’라고 했듯이, 그 천재적인 영감으로 그려진 것 같다. 캠퍼스에 붓만 갔다 대면 그림이 되는 것 같았다.

거장의 그림을 일일이 소화할 수는 없지만 소박한 아마추어인 나는 고등학교 때 많이 읽었던 ‘현대문학’ 잡지 표지 그림이 장 화백의 그림이었다는 것이 반가웠고 친근감이 갔다. 당시는 누구 그림인지도 몰랐었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평생을 오직 그림에 몰두하면서 자신 있게 살다 간 삶, 나는 그의 자신 있게 산 삶이 더 부러워 보였다. 장 화백이 그림에만 몰두하도록 헌신적인 사랑으로 뒷 바라지해준 부인 이순경 여사. 장 화백에게는 그러한 아내의 모습은 부처님 모습이었다. 불경을 읽고 있던 아내를 그린 ‘진진묘(眞眞妙·1970)는 그의 대표적 작품이었다.

모처럼 우리에게 거장의 그림을 구경하게 해준 김동건 회장님이 <장욱진 문화재단> 이사장직을 10년이 넘게 맡아 온 사연도 깊은 인상을 남겨 준다.

미술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미술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 딱딱한 판사님이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김 회장이 젊은 판사 시절 직장 가까운 미술관을 자주 드나들면서 화가들 그룹과 교분이 생겼다고 한다. 김 회장님의 범상하지 않은 그림에 대한 조예가 그들과 습합하게 되었으리라. 그렇다고 졸부들처럼 장 화백의 그림을 많이 사들이지도 않았다. 딱 한점 샀다고 했다.

김 회장이 재단이 사장을 맡게 된 것은 그 흔한 재단 이사장들처럼 명예나 돈 때문이 아니고 화가들, 장욱진 화백의 가족들과의 오래된 끈끈한 교우 때문이었다. 그래서 김 회장님은 누구보다도 장 화백의 그림에 심취해 있고, 그 내면을 깊게 이해하고 있다.

그림이나, 문학 그리고 음악 등의 예술가들의 기념관들이 많다. 대부분 덜렁한 건물만 지어 놓고 구경 오는 사람만 맞이하는 데에만 안주하는데, 김 회장님은 세종시에 새롭게 기념관 설립을 추진하는 등 계속 역동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