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S PEOPLE]

70기 한용섭 국제안보교류협회 회장

"한국형 핵공유 체계 상설화 필요성"

문화일보 4월26일자 기고문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윤석열-조 바이든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오늘 워싱턴에서 열린다. 날로 커지는 북한 핵미사일의 위협과 공갈에 핵무기가 없는 한국의 국민은 실존적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 국민의 독자적 핵무장 지지 여론이 76%에 이르고,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반입 주장도 만만찮다.

그러나 핵확산금지조약(NPT)의 모범 준수국이며 무역으로 일군 경제 선진국인 한국이 ‘불량국가’ 북한을 좇아 핵무장국이 되려 한다면, 외교적·경제적 타격이 엄청날 것이다. 당장 NPT 준수를 전제로 미국으로부터 받아 온 핵확장억제력 제공은 중단될 위험도 있다.

그러면 1991년 말에 철수한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를 다시 반입하는 건 어떤가? 일각에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처럼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하고 우리와 공동으로 핵전략기획을 하고 핵작전연습을 할 수 있으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고 한다. 나토형 핵공유인데, 지금 미국이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반입하는 문제는 간단찮다. 평택기지에 배치한다면 북한과 중국의 공격 목표가 된다. 시민단체와 야당의 반대 시위라도 일어나면 국론 분열은 뻔하다.

그래서 비용 대비 가장 효과적이고 한미 간에 합의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미국의 확장억제력 실행력 강화 방안이다. 이는 국민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고 북한의 핵 사용을 억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다. 지난해 5월 윤-바이든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핵무기,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 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방위 역량을 사용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재천명했다. 이어서 지난해 11월 한미 국방장관은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한 동맹의 능력과 정보 공유, 협의 절차, 공동기획 및 실행 등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제 우리 국민의 기대는 확고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만약 북한이 핵을 사용한다면 미국이 반드시 핵확장억제력을 행사해 북한 정권은 종말을 보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확실하게 보내야 한다. 핵확장억제력의 군사적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이 동해와 서태평양에 운용 중이거나 태평양의 미군기지에 배치한 핵전력의 구성과 수량·시설 등에 대한 한미 간 정보를 공유하고, 유사시 핵공격 표적을 공동 선정 및 처리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핵 사용 관련 시나리오의 공동 개발과 핵 지휘통제 및 의사결정에 한국 장성 참여를 제도화하고, 핵작전에 관한 공동 연습 및 훈련 실시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

이를 책임지고 작업할 위원회로, 한미 양국의 합참의장이 공동 운영하는 군사위원회회의(MCM) 산하에 한미억제전략공동위원회를 상설화해 미 전략사령부와 직접 소통하고 협의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이것이 나토형 핵공유보다 나을 수 있다. 한국형 핵공유 체제가 제대로 갖춰지기만 한다면, 우리는 동해와 서태평양에 미군의 전략자산 전진 전개와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공동 기획과 작전 연습까지도 할 수 있어 위험은 작고 유용성은 더 크다.

나아가 미국이 호주에 제공한 핵잠수함급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의 저농축우라늄을 활용한 핵추진잠수함 개발에 동의해 준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