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THE WORLD]

 美 中 패권경쟁시대 한국의 선택 (2)

 중국에 전략적 우위를 차지하려면


  - 지금 중국은 진실로 ‘떠오르는 세계적 강국’인가?

“경제규모로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다. 그러나 중국의 1인당 GDP는 세계 79위에 불과하다. 2020년 5월 25일 리커창 국무원 총리는 ‘중국 인구의 40%에 달하는 6억명이 월수입 1000위안(미화 140달러) 이하의 빈곤 상태를 탈출하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중국은 세계 최고의 빈부 격차, 도농 격차, 계급 갈등, 부동산 거품, 전체주의적 통제 강화, 인권 침해 같은 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중국의 경제적 불평등은 미국보다 더 심각하다.”

- 그런데도 많은 한국 지식인들은 ‘중국 눈치’만 보고 있다.

“중국의 문제점들을 알면서도 침묵·아부한다면, 중국인들이 좋아할 것 같은가? 거꾸로 역효과만 난다. 세계인의 관점에서 중국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지적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때, 중국인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2017년 12월 14일 한국 기자단이 중국 경호원에 폭행당한 바로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은 베이징대에서 ‘중국 높은 산맥의 나라이다. 한국은 작은 나라이지만 중국몽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그때 중국인들이 감동의 기립박수라도 치던가? 우리 정부 기대와는 달리 전혀 정반대 반응이 나오지 않았나.”

◇“중국에 침묵·아부할수록 역효과만 난다”

송 교수는 그러면서 중국학 대가(大家)인 위잉스(余英時·1930~2021)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얘기를 꺼냈다.

“위잉스 교수는 2000년대 들어 일관되게 중국공산당 일당독재를 비판하면서 중국의 정치 민주화를 요구했다. 중공정부는 그의 저서를 금서(禁書) 목록에 올렸지만, 중국인 학자들은 위 교수의 연구를 더 탐독했다.”

- 중국 비판이 중국공산당에 더 유익하다는 얘기인가?

“한 중국인 교수가 나에게 말했다. ‘중국이 필요로 하는 사람은 중국 정부와 ‘관시’(關係)를 터서 이득을 챙기려는 아첨꾼이 아니라 인류의 관점에서 중국의 문제를 지적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외부 비판자’라고. 진정 우리가 중국 인민과 공감(共感)한다면, 더더욱 그들 편에 서서 중공정부를 비판해야 한다.”

송 교수는 “중국 지방 도시의 택시운전사도 외국인인 나에게 ‘중국엔 인권이 없다!’고 말한다. 중국인들도 자기 나라가 모순 덩어리임을 알고 있는데, 우리가 중국공산당 정부에 아부만 한다면 중국인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고 했다.

- 세계 각국에 반중(反中) 감정이 들불처럼 퍼지고 있는데.

“코로나 팬데믹과 홍콩보안법 강행 통과가 결정적 계기였다. 2019년 12월, 리원량 등이 내부 고발을 했지만, 중공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코로나 발발 최초의 긴박한 2주일동안 은폐만 했다. 2020년 5월 전국인민대표대회는 99.9%의 찬성율로 홍콩 보안법을 강행 통과했다. 세계인이 눈뜨고 지켜 보는데, 홍콩 시민들이 누려온 자유와 민주를 강제로 빼앗는 만행(蠻行)을 저지른 것이다.”

송 교수는 “이런 마당에 자유와 민주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 그 누가 중국공산당의 인권유린을 묵과할 수 있나? 세계적인 반중(反中) 감정은 중국공산당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중국이 공산당 일당독재와 황제 리더십을 폐기하고 자유·민주·헌정을 실현하지 않는다면 반중 감정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그 영향으로 한국내 중국어 학습자가 급감하는 등 ‘중국 기피증’이 커지고 있다.

“중국공산당의 일당독재가 싫다면, 중화문명을 재창조할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해 중국을 더 깊이 연구해야 한다. 우리 입장에서 중국의 위협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라도 중국에 대한 깊은 탐구가 더 절실하다.”

◇“야당 정치인들, ‘중국 변화’ 이끄는 비전 없어”

- 한국 정치권은 홍콩 사태, 중국의 신장위구르 인권탄압에 대해 규탄 성명이나 결의안도 내지 않았다.

“한국의 ‘진보 세력’ 또는 ‘좌파 진영’은 중국의 인권 유린과 정치적 억압을 비판하지 않는데, 야당(野黨) 정치인들까지 침묵하는 것은 눈앞의 정치적 이해만 따질 뿐, 국제공조 속에서 중국의 변화를 이끄는 거시적(巨視的)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 한국의 진보좌파는 왜 친중(親中)이 됐을까?

“1970~80년대 한국에서 반(反)독재 투쟁을 벌인 사람들이 그보다 훨씬 가혹한 중국공산당 독재를 용인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 그럼에도 한국 진보진영과 중국공산당 사이에는 커다란 정서적 공감대가 있다. 현 정권 핵심부를 장악한 주사파 운동권은 과거 NL(민족해방노선) 계열이다. 이들이 신봉(信奉)한 김일성 주체철학은 마오쩌둥사상의 변종(變種)으로 중국과 북한은 ‘운명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반대로 미국 중심의 자유진영에 속한 대한민국은 중국과 북한의 공적(共敵)이다. 따라서 진보좌파가 내걸고 있는 반미(反美)와 친중(親中), 친북(親北)은 세 쌍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정권이 5년 내내 자행해온 ‘대중(對中) 저자세’의 밑동에는 중국 사회주의 혁명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마오쩌둥에 대한 비상식적인 존경심이 깔려 있다. 구한말 숭명(崇明)사상을 능가하는 ‘변방의 중국몽’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갈구(渴求)하는 사람이나 자유주의자는 물론, 평등 지향의 사회주의자도 ‘친중사대’를 택할 수는 없다. 박정희 시대 개발독재를 비판했던 사람이라면 더더욱 중국공산당의 권위주의 일당통치를 비판하는 게 마땅하다.”

- 앞으로 한국 지식인과 엘리트, 정부는 중국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마오쩌둥은 ‘강한 적(敵)일수록 절대로 굽히지 말라’고 했다. 어린 시절 몽둥이를 들고 쫓아온 아버지에게 ‘연못에 뛰어들겠다’고 소리치자, 아버지가 주춤한 걸 보고 터득한 게릴라 전술의 심술(心術)이다. 한국 국민들이 중국을 대할 때 마오쩌둥처럼 ‘게릴라전의 지혜’를 적극 활용해야지, 문재인처럼 ‘꼬리 낮추기’를 하면 바로 짓밟히고 만다.”

송 교수는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전(全) 지구로 촘촘히 뻗어나간 경제규모 세계 10위의 대한민국이 반일주의(反日主義)와 반미(反美) 정서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 올해 5월 출범하는 한국의 새 정부와 지식인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무익한 ‘이념적 방황’을 멈춰야 한다. 대한민국은 헌법정신 대로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하게 확립해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가 동일한 자유민주 세력인 미국·일본과의 공조(共助)를 거부하고, 친중 사대주의(親中 事大主義)를 택할 수는 없다. 전 세계가 한국 정부의 선택을 지켜보고 있다.”

- 한국이 대(對)중국 관계에서 전략적 우위를 차지할 방도라면?

“자유와 개방은 선진 대한민국을 만든 최상의 발전 전략이자 인류 보편의 가치이다. 한국 현대사는 지구 끝까지 뻗어나가 세계 대다수 나라와 경제적 공조를 강화해 온 드라마틱한 확산과 혼융의 과정이었다. 이미 세계적 네트워크 국가인 대한민국은 인류 보편가치에 맞게, 그리고 헌법정신에 따라 ‘쿼드(QUAD)’를 ‘펜타(PENTA)’로 확대하는 자유의 동맹에 동참해야 한다. 나아가 대만과 호주를 잇는 국제공조의 환(環)태평양 벨트를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당당하게 국익을 신장할 수 있다.”  (송재윤 맥매스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