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THE WORLD]
美 中 패권경쟁시대 한국의 선택(1)
미 중 사이 이념적 방황 끝내야
“한국의 반중(反中) 감정은 어느날 갑자기 나온 돌발현상이 아니다. 진짜 기현상(奇現象)은 한국에 만연해 있던 친중 사대주의(親中 事大主義)이다. 상식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사람들은 인민의 자유를 제한하고 인권을 탄압하는 중국공산당의 일당독재를 절대 좋게 생각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지난달 <슬픈 중국 : 문화대반란 1964-1976>을 낸 송재윤(宋在倫·53) 캐나다 맥매스터(McMaster)대 교수의 말이다. 3부작 시리즈 중 두번째인 이 책은 중국 문화혁명(약칭 문혁·1966~76년) 당시 벌어진 최소 수 백만건이 넘는 집단 린치와 불법 구금·비자연적 사망을 포함한 실상(實相)과 전모를 파헤치고 있다.
2009년부터 캐나다 맥매스터대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송재윤 교수. '중국근현대사' '중국사상사' 등을 학부와 대학원에서 강의하는 그는 "문화혁명 관련 자료가 세계 학계에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대학도서관에서 클릭 몇번 하면 과거에는 접근하지 못한 중공중앙의 극비 문서와 사료(史料)들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대학> ‘정심(正心)’장의 구절처럼 ‘마음이 없으면 봐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진정한 역사 탐구는 손에 쥔 사료를 정교하게 분석해서 그 함의를 해석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중국 환상’에 사로잡힌 한국 운동권
고려대 철학과 졸업 후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11~14세기 중화제국 통치이념의 패러다임 전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한국 지식인과 엘리트들에 퍼져있는 오도(誤導)된 중국 인식에 비판적이다.
“한국인들은 한국전쟁에서 14만의 사상자(死傷者)를 내면서 대한민국을 위해 공산전체주의 세력과 맞서 싸운 미국의 희생에 고마움은커녕 강한 반미(反美)의식을 표출한다. 이들은 중국의 인권유린에 무관심하고 중국의 횡포(橫暴)에 항의 조차 않는다. 대통령 방중 수행기자단이 집단폭행을 당해도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를 위시한 한국의 좌파 지식계와 80년대 운동권은 역사의 실상을 왜곡해 허황된 중국 혁명 신화(神話)를 썼다. 1970~80년대 논리가 아직도 한국 586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모두 리영희의 책들을 바이블처럼 읽었다고 하지 않았나.”
2016년까지 60%를 밑돌던 우리나라의 ‘반중 감정’은 2021년엔 77%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로 치솟았다. 미국 ‘퓨 리서치 센터’가 작년 6월 실시한 14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일본·스웨덴·호주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한국민 10명 중 8명 정도가 중국을 싫어하는데, 왜 한국 정치권과 지식인·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중국에 굴종과 순응만 되풀이할까? 기자는 캐나다에 거주하는 송 교수와 지난달 하순부터 5차례 전화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최근 저서 [슬픈 중국]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 중국은 거칠고 강한 이미지인데, 책 제목이 왜 ‘슬픈 중국’(A Sad China)인가?
“20세기 현대사에서 중국 인민들이 겪은 처절한 슬픔에 깊이 공감해서다. 마오쩌둥이 1958년부터 4년간 벌인 ‘대약진운동’ 하나로만 최대 45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1980년대 중국공산당의 자체 폭로를 보면, 마오쩌둥이 일으킨 문화혁명으로 1억1300만명이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 원래부터 중국에 비판적이었나?
“정반대이다. 서울에서 소년기부터 중국을 공부해온 나는 중국의 언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음식, 무술, 의학 등 모든 것을 사랑한다. 20년 넘게 깊은 우정을 쌓아온 많은 중국 친구들은 나의 소중한 자산들이다. 하지만 나는 ‘정치적 친중주의(親中主義)자’가 아니다.”
그 이유를 송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정부는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명시된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한다. 중국인은 표현, 집회·결사, 언론출판, 거주·이전, 출산(出産)을 포함한 기초적 신체의 자유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노동자농민의 나라를 표방하지만, 1982년 재개정된 중국헌법에는 ‘파업의 권리’(노동쟁의권) 자체가 삭제돼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나로선 중국공산당의 일당독재를 비판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치부 감추면 親중국 선전물”
그는 “세계 시민의 관점으로 중국 인민의 편에 서서 중국공산당 정권이 저질러온 역사적 과오를 있는 그대로 상세히 기록할 뿐”이라며 “정치적 목적으로 중국의 치부(恥部·부끄러운 부분)를 감춘다면 친(親)중국의 선전물이 되고 만다”고 했다.
-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 같은 진보 지식인들과 80년대 한국 운동권은 문화혁명을 찬양하지 않았나?
“그렇다. 1970~80년대 리영희는 <8억인과의 대화> 등에서 대약진운동을 인간개조의 혁명이라 칭송하고, 마오쩌둥의 문화혁명을 맹목적으로 미화(美化)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事實)은 그의 저서들이 부정확하고 왜곡된 정보로 가득 찬 허황된 중국 신화(神話)임을 확실하게 증명한다. 당시 한국 언론의 중국관련 기사들도 문혁 당시의 광기(狂氣)와 폭력을 정직하게 보도했다.”
-문화혁명은 얼마나 야만(野蠻)적, 폭력(暴力)적이었나?
“중국공산당(약칭 중공)중앙이 2년 7개월에 걸친 조사와 검증을 통해 1984년 5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문혁 10년 동안 172만8000여명이 비자연적(집단 린치, 테러 등 포함)으로 사망했다. 13만5000여명은 사형에 처해졌고 703만여명이 부상당하거나 회복불능의 불구가 됐다. 또 7만여호의 가정이 파괴됐다. 모두 공산주의 혁명에 적극 협조하지 않거나 반대하는 반(反)혁명 성향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런 문혁을 기획·사주(使嗾)하고 집행을 명령한 마오쩌둥이 과연 ‘중국의 별’인가?”
◇“文 정권의 親中主義는 합리적이지도 않다”
-그럼에도 리영희의 책들이 널리 읽힌 이유는 무엇인가? 아직도 많은 한국 지식인들은 중국에 대한 동경(憧憬)에 젖어있다.
“군부독재 시절 한국의 지식인들이 ‘대체 역사’를 찾아서 ‘중국 판타지’에 탐닉했던 듯하다.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리영희는 스스로의 오류를 반성하기 보다는 ‘중국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며 회피성 발언만을 남겼다. 그럼에도 1980년대 운동권 세력은 여전히 리영희의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등 권력 기관을 장악한 운동권과 문재인 정권의 정치적, 외교적 친중주의(親中主義)는 합리적이지도, 실용적이지도 않다.”
- 왜 그런가?
“시진핑 총서기는 ‘중국몽(中國夢)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고 정의한다. 인류 보편가치와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중국만의 예외주의, 중국우선주의, 중국특수주의인 것이다. 중국몽은 중국인 개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제한하는 공산당 일당독재의 논리이며, 주변국을 위협하고 압박하는 구태의연한 패권주의이다. 자유민주주의 주권국가인 한국이 ‘인류몽’이나 ‘한국몽’도 아닌 ‘중국몽’에 동참한다는 게 말이 되나?” (다음 페이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