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파수꾼]
"文에 화나고 바이든 기다리다 지쳐"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
“김정은, 文대통령에 화났고 바이든 기다리다가 지쳤다”
-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게 접근하면서 대선에 유리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었을 것 같은데 왜 도발로 돌아섰을까.
“대부분의 경우 북한이 한국 선거에 영향을 주고 싶어할 때는 대화 쪽으로 돌아서서 진보 진영을 지지하려고 했다. 이번에 그러지 않는 것은 김정은이 미국을 움직이지 못한 문 대통령에게 정말 화가 났기(upset)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 정부에게 유리한 일을 해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 한국 대선의 맥락에서 ‘힘’을 과시하려고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음 정부가 언제 들어서든 제1과제가 북한 문제가 되도록 만들려는 것이다. 우리가 전략국제문제연구소에서 구축한 데이터를 보면 북한은 미국 대선이 있는 해에 더 많은 도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꼭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음 행정부가 출범했을 때 북한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돼서 북한 문제부터 다루도록 하는 것이다.
-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고 도발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대화할 뜻은 있는 것일까.
“바이든 행정부 첫 해에 북한은 코로나에 발목잡혀 있었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무언가를 줄 뜻이 있는지, 문재인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를 설득해서 트럼프 행정부가 했던 일을 계속 하도록 만들 수 있는지 보려고 했다. 그렇지만 이제 그들이 바이든을 기다리는 데 지쳤다고 생각한다. 또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든 도와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하지 않는다. 동시에 중국과의 국경에 검역소를 만들면서 코로나로부터 빠져나와 평시로 돌아가려고 애쓰고 있다.
이제 선거가 취임 두 번째 해에 접어든 바이든 행정부와 새로운 한국 행정부 모두에 압력을 가하기 시작할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북한이 취약한 곳이 있어서 이런다거나 원조를 바라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미국과 한국에 모두 압박을 가할 시점이란 측면에서 기회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북한에 집중 못하고 중·러 협력도 기대하기 어려워”
- 그렇지만 지금 바이든 행정부의 손은 러시아에 묶여 있다.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모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억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북한이 이런 국제적 상황에서 기회의 창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상황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 인도·태평양에서는 현재 모든 것이 중국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더 폭넓게는 중국을 다루기 위해 공급망이나 세계 보건 등의 문제에서 연합체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에는 전혀 초점을 두고 있지 않다.
북한은 이때를 기술을 발전시킬 기회로 볼 수 있다. 한편으로 북한은 무시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고 도발을 해서 새로운 한국 정부에 압력을 가하려고 할 수 있다. 미국 관점에서 보면 불행하게도 미국이 그저 북한의 도발을 줄여보거나 대화로 돌아오게 해서 위기로 발전하지 않도록 무마하려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이 전략적으로 상황을 사전에 대비하지 못하고 그저 북한 도발에 전술적, 대응적으로 끌려가는 것은 항상 북한에 유리하다. 우리는 지금 그런 사이클로 들어가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미국이 중국과 대만 문제에 집중하게 되면 더욱 그럴 것이다.”
- 국제사회가 단합돼 있지 않고 대북 제재 의지도 없어 보여 우려스럽다.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추가 대북 제재를 제안했지만 중국과 러시아 때문에 무산됐다. 이런 국제 역학의 변화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나?
“미국은 이제 중국이나 러시아의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이다. 6자회담 때 같은 과거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꽤 협조적이었다. 2006년 핵실험 후에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동의한 것 등등이 있다. 중국은 북한에 가는 물자를 중단한다든가 해서 북한을 협상장으로 불러오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그렇지만 이제는 미국과의 경색된 관계 때문에 중국이 그러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 봉쇄 조치 때문에 중국이 북한을 협상장에 불러 올 만큼 많은 물자를 보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있다. 코로나 그리고 중국 및 러시아와의 악화된 관계는 북한을 다루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된다.”
- 최근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개를 시사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그것을 묵인할 정도라고 생각하나?
“과거에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 발사를 하면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규탄하고 유엔 결의안에 동의했을 것이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지금도 그러기를 바라지만 그럴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미국이 북한과 대화해서 이런 짓을 못 하게 해야 한다고 미국에 압력을 가할 수도 있겠다. 나는 그들이 이(북한의 도발)를 역내 군비 경쟁의 시작으로 보고 규탄하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그들이 미국과의 관계를 북한을 바라보는 렌즈로 삼는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다음 페이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