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파수꾼]
한국판 核 균형 전략을 짜야한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랜드연구소는 최근 공동 연구 보고서에서 2027년쯤 북한이 핵무기 최대 242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수십 기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이 중국과 비슷한 수준의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다. 북한이 표방했던 ‘자위적 핵무장력’을 넘어 다양한 핵 위협을 우리에게 가하는 시대가 눈앞에 닥친 것이다. 예를 들면, 북한은 서해의 일부 도서 점령 후 우리의 반격을 막는 핵 위협, 한국의 주요 도시에 대한 핵 위협, 그리고 주한미군 철수를 목표로 하는 미국에 대한 위협 등을 구사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자유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의 존재 자체가 북한 정권에 정치적 위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적화통일을 추구하고, 이를 달성하는 데 핵무기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의 핵을 용인한다면 대한민국의 존재 자체가 위험해진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김정은 위원장의 생각이 바뀌어야 하지만 핵무기가 없는 우리는 힘이 없고, 미국과 중국은 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미국과 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얼마나 진지하게 노력할지는 의문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CVID)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들어 미국 내에서는 북한의 핵 보유를 잠정적으로 용인하면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의 개발을 막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미국은 한시름 놓겠지만 우리는 북핵에 방치된 상태에서 북한의 위협은 더욱 노골적이 될 것이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에는 이상이 없다고 하겠지만, 한편에서 북한과 협상하면서 다른 한편에서 동맹을 튼튼히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생각을 바꾸려면 중국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 같은 미·중 전략 경쟁하에서 중국이 그런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우리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이 미국의 힘을 분산 내지 약화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인내, 자제, 대화, 역지사지 등은 북한 문제에 관해 중국이 자주 하는 말인데, 겉으론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북한 편을 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전략 경쟁은 앞으로 수년간 지속될 것이며, 북핵 위협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전례 없이 엄혹한 안보 환경하에서 눈치 보기와 줄타기로는 우리를 조여오는 북한의 핵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고,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그들이 생각을 바꾸도록 만들어야 한다. 냉전 시대 핵무기 4만기를 가진 소련에 대해 미국은 핵무기 3만기를 확보하고 상호확증파괴(MAD·Mutually Assured Destruction) 전략을 구사했다. 상호확증파괴 전략은 소련이 미국에 섣불리 핵무기를 사용했다가는 자신도 파멸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줘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전략이다. 이 MAD 전략으로 미·소 간 공포의 균형이 이루어졌기에 미국민들은 밤잠을 설치지 않았고 냉전은 냉전으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