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Y PEOPLE]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前해군참모총장
OCS 80기 동기생 3인 시집에 추천사
“혹독한 멀미 이겨낸
인생 항해사들의 새 도전 응원”
과거 시사월간지 『신동아』 인터뷰를 계기로 연락하고 지
내던 조성식 기자가 얼마 전 뜻밖의 부탁을 해왔다. 해군
학사장교 동기생인 임경순 교수, 조영필 박사와 함께 공동
시집을 발간하겠다면서 추천사를 의뢰해 온 것이다.
나는 그동안 시는 비범한 기재(器才)를 타고난 시인의 전
유물로 생각해왔다. 비록 말과 글을 업으로 살아온 이들이
긴 하지만, 시단( 詩壇)에서 활동한 경험 없이 어떻게 시집
을 발간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흔히 예비역의 최고 악
몽이 ‘군대 가는 꿈’이라고도 하고, ‘군생활 했던 곳 쪽으로
는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는데 굳이 30년
도 더 지난 해군 시절을 왜 시로 썼을까? 그들이 엉뚱하다
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한 의문은 쉽게 풀렸다. 3인의 공동시집 『파도가 하
늘을 쏟아낼 때』에 담긴 시 꾸러미를 하나하나 풀어보니,
추천사 서정적인 시어(詩語)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고,
나도 어느덧 그들의 시간여행에 공감하며 동참하고 있었다. 『파도가 하늘을 쏟아낼 때』는 꿈 많은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
나라를 지키겠다고 해군과 모항(母港) 진해, 그리고 바다에서
보낸 소중한 추억의 소환이다, 그리고 환갑의 나이를 앞두고 각자 살아온 인생에 각인된 기억의 스케치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진해에서 태어나 평생 해군과 바다를 벗하며 살
아온 나의 기억이기도 하고 나의 인생이기도 하였다. 반가
웠다.
특별히 고마운 점은 시가 사람들을 시공간을 초월한 여
행자로 만들기도 하고,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며 때
론 설렘을 주는 묘약(妙藥)임을 깨달을 수 있게 하였다는
것이다. 나 또한 그러했지만, 인생의 항로가 늘 잔잔한 것
만은 아니다. 누구나 강한 파도로 인해 시련과 도전에 직면
하게 되는데, 세 시인은 해군 출신답게 혹독한 멀미를 이겨
낸 훌륭한 항해사임이 분명해 보인다.
시집을 출간하는 것은 그들에게 또 다른 도전이고 항해
의 시작일 터이다. 새로운 출항을 축하하고 응원한다. 끝으
로 소중한 시집을 발간해 준 조성식, 임경순, 조영필 세 시
인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이 시집을 읽는 모든 이들의
무사 항해와 건승을 기원한다.
“Fair Winds and Following Se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