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한달살기
[완주한달살기] 정 두터운 '후(厚)'의 고산일기

지난 9월 11일 고산 ‘아트스테이 풀’에 입주한 최서희, 김연선, 황서현 선생님. ‘후(厚)’라는 이름으로 생활하고 계셨지요.
이래서 20대 초반인가보다 싶을 정도로 툭툭 나오는 아이디어마다 너무 다 예쁘고 새로웠는데요. 그 아이디어를 토대로 이곳에 사는 동안 매우 바삐 활동하셨답니다.
입주하자마자 ‘아트스테이 풀’ 공간운영자 정상현 선생님과 주민들의 연계로 ‘공동육아 숟가락’ 어린이들과 미술놀이 프로그램 ‘달그락달그락’을 진행했습니다. 흙과 크레파스를 이용하는 것이 아닌, 도구와 ‘함께 하는’ 방식으로 내내 시간을 보냈는데요. 가르치거나 배우려 의도하지 않아도 그저 노는 것 자체가 배움인 사람들을 보니 참 재미있어 보였어요.
공터에 직접 만든 가마 안에 나의 수호신을 구워 만들어내는 프로그램, ‘흙과 가마’.
가마를 만들어 자신의 이름과 그림을 새기고, 형태를 그리고,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 조물주가 되어 흙을 빚었습니다.
수호신 굽는 날에 고기도 같이 굽게 된 공유 타임! 취지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소감을 나누며 ‘불멍때리기’였으나… 고기가 등장하며 불멍은 온데간데없고 하하호호 웃는 파티로 변했다죠. 비가 와도 불과 고기 앞에서 아랑곳하지 않는 ‘흙과 가마’ 일원들! 2차 결과공유회로 탈을 쓰고 찾아가는 이동식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참여자들의 작품을 수레에 태워 작가와 참여자들이 함께하는 길놀이. 코로나19가 낳은 재밌는 전시전이 되었어요.

팀명이자 프로그램명인 ‘후(厚)’. 재래시장의 오고 가는 인심을 표방한 이름입니다. ‘예술을 등에 지고 완주로 향한다’며 예술 보부상의 포부를 말했던 그들이 계획을 제대로 실현했는데요. 10월 18일 삼례장, 20일 봉동장, 24일 고산장에서 자신들의 작품을 두고 물물교환을 진행했어요. 군고구마와 쥐포, 옷과 고기, 매실장아찌와 김부각 등 교환물품도 다양했습니다. 작품을 교환한 고객들은 이름을 한 자 한 자 둥글게 적어 사발통문을 만들었죠. 돈을 떠나 예술의 가치를 실험해보고 싶었던 세 사람의 재미있는 프로젝트였어요.
세 사람은 오는 27일, 47간의 여정을 마치고 완주를 떠납니다. 잠깐의 소풍을 마치고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그들. 앞으로 만들 작품들에도 완주의 기운참이 한껏 드러났으면 좋겠습니다.
문의_완주문화재단 생활문화팀(TEL.063-262-3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