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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 · 장 모르의 ‘행운아’

 

 

# 마을 전체의 기억을 저장하는 장소로서의 인간

작년 1월 2일, '존 버거'가 타계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왠지 모를 슬픔으로 새해를 시작해야 했다. 그는 세계적인 인물이었지만 그가 머물고자 했던 세계는 자연이 비추는 조금은 비껴난 일상, 그 속에서의 사색이었던 것 같다. 여러 저서 중에서도 그의 오랜 동료 '장 모르'와의 공동작업인 ‘행운아’는 그의 사색적인 면모와 가치를 돋보이게 했다. 아흔의 나이를 끝으로 좀 더 편안한 장소를 찾았을 것만 같은 작가에 대해, 두 달 후 한국에서 열린(미리 계획되어 있던 전시였음) 그의 전시에 가보는 것으로 마음을 깊숙이 여미게도 되었다.

 

‘행운아’에는 글과 사진을 바탕으로 한 사색이 깊다. 책의 전체적인 맥락은 '존 사샬'이라는 시골의사를 통해 바라본 인간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 드로잉이다. 조심스럽고 미세한 관찰을 '존 버거'와 '장 모르' 두 남자가 행하고, '존 사샬'은 인구 2,000명 정도의 시골 마을의 담당의로서 어떤 사명감이 있었던지 혼신의 힘을 다해 마을을 진찰한다. 극히 사실적인 사진과 내면적인 글이 전달하는 감흥의 양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삶의 가치를 한 번 쯤 짚으며 성찰해 보아야 한다는 점으로 모아질 것은 확연해 보였다. 의사도 의사지만 '존 버거'의 논점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를 구성하며 지내고 있지만 그 테두리에서 온전히 적응하기도 누구든지 간에 어렵다. 그렇기에 우리는 인생이라는 길을 잘 걸어가고 있는지, 지금 여기에서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아야 한다. 인간이이기에 할 수 있는 자기반성적 의식이 바로 ‘인간성’일 것이라고 '존 버거'는 말했다. 그는 '존 사샬'이 스스로의 삶에 있어 존재의 위치와 그 책임을 의식적으로 가늠하는 성찰적 면모를 지녔다는 부분을 귀하게 보며 '존 사샬'이 진정 ‘행운아’라고 말해 둔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도 무더웠다. 무더운 기세마냥 세 남자의 차분하고 치열한 기록으로 비춰지는 이 책은 곧 있으면 만나게 될 선선한 공기가 그리는 풍경과도 어울린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장소의 삶에서 행운을 구성하고 있는가 하고 말이다.

 

글_유광식(사진작가, 예술가 한달살기 참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