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두 눈 뜨고 사기 당한다'는 말이 있다.

여러 정황상 도저히 사기 당할 상황이 아님에도 남에게 속아 금전적 손실을 입은 경우를 말한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도 그런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보이스 피싱·스미싱·파밍과 같은 사이버상 발생하는 범죄에 피해를 입는 경우이다.

 

'금감원 직원인데... 개인정보가 필요하다’

'검찰청인데... 주민번호를 알려달라’

'돌잔치인데... 선물을 확인하라'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행사를 사칭하는 범죄자에게 개인정보를 빼앗겨 금전적인 피해를 입는 사례가 오늘도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회사의 경리사원이 잠시 방심한 틈에 직원의 급여나 중요한 거래대금이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날아가 버려 회사가 위기에 몰리고 개인적인 곤란에 빠지는 사건들을 접하면 더욱 안타깝다.

 

세상이 편리해지는 만큼 사이버 범죄 수법 역시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이는 또 다른 사회적 병리 현상이 되고 있다.

 

2014년 한해 사이버범죄는 전년 대비 증가일로에 있다.

파밍·메모리 해킹 같은 신종 범죄가 3,681건에서 10,679건으로 190% 이상 크게 증가하였고, 경기 불황으로 인터넷 사기도 52,414건에서 56,667건으로 8.1% 증가했다. 세계적 IT강국인 한국의 사이버 인프라 발전과 비례하여, 범죄꾼들의 수법 역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또한 국경에 구애받지 않고 발생하는 사이버 범죄의 특성상 범죄자들의 수사와 검거에도 한계가 있다. 최근의 빈번한 해킹, 개인정보 탈취 등 사이버 범죄가 중국 등 우리의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외국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아 사이버범죄 척결에 애로를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찰은 일선 경찰서부터 지방청 사이버수사대까지 신속한 범인검거와 금전적 피해복구를 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다. 또한 지난해 경찰청 사이버 안전국 출범을 기점으로 신종 사이버범죄 수법 분석과 예방활동에도 노력하고 있다. 최근 정부도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통령 안보특보로 사이버전문가를 임명하였으며, 여러 관련기관들도 사이버 보안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열 명의 포졸이 한 명의 도둑잡기 힘들다'는 말처럼 경찰의 노력만으로는 사이버범죄 근절 한계가 있다.

 

일반 오프라인 범죄와 같이 사이버범죄도 예방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복잡다기한 현대 사회에서 예방은 정부의 노력만으로 불가능하며, 민간기관과 개인 등 사이버공간의 모든 참여자들의 관심과 주의가 요망된다.

 

무엇보다도,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는 각 개인의 주의가 중요하다. 사이버 범죄에 대한 범국민적 안전의식 제고만이 범죄 피해를  최소화하고, 범죄꾼들의 의지를 꺾을 수 있다. 호기심을 유발하는 URL 주소나 첨부파일, 생면부지의 사람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달콤한 내용의 핸드폰 문자 메시지에 응답하기 전에 잠시 멈추고, "혹시 내 개인정보가 새나가는 게 아닌지?", "혹시 내 계좌의 돈이 몰래 빠져 나가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을 생활화하면 어떨까?

 

얼마 전 3월 14일, 아내에게 초콜릿 한 봉지를 선물했다. 누군가가 만든 기념일인데, 남자가 여자한테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선물을 해야 한단다. 3월 3일은 삼겹살 데이, 4월 14일은 짜장면 데이 등등. 날짜를 넣은 얄팍한 상혼, 효과는 만만찮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