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이 트고 꽃이 피듯 우리 몸도 활기 넘치길 바라지만 봄만 되면 꾸벅꾸벅, 천근만근 몸이 노곤하기만 하다. 따사로운 봄과 함께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 춘곤증을 극복하는 최고의 방법을 모았다.

 

 

생각보다 위험한 춘곤증

 

춘곤증(春困症)은 의학적으로 정의된 질환은 아니다. 봄철에 이유 없이 몸이 나른하고 피곤함을 느껴 졸음이 자주 쏟아지는 현상을 춘곤증이라 한다. 춘곤증이 생기는 원인은 확실하지 않으나 봄철에 인체가 계절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도 겨울의 생체리듬에 머물러 있는 우리 신체가 새로운 리듬을 찾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보면 된다. 흔히 점심식사를 한 후 오후 나절에 오는 졸음을 춘곤증이라고 정의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 봄이 아닌 다른 계절에도 점심 먹은 다음에는 몸이 나른해지고 잠이 오는 일이 잦다. 아침 또는 저녁식사를 한 후에는 점심식사 후만큼 졸리진 않는다.

 

식사 후 포만감을 유발하는 물질 때문에 졸음이 오는 것이 아니라, 낮 12시 직후 작은 졸음을 촉진하는 생체 시간대가 한 번 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심식사 직후 외의 시간에도 계속 졸리거나 밤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오후에 졸음이 쏟아진다면 춘곤증을 의심할 만하다. 춘곤증 증상으로는 나른한 피로감과 축 처짐, 졸음을 비롯해 집중력 저하, 권태감, 현기증, 소화불량, 식욕부진을 들 수 있다. 사람에 따라 손발 저림이 갑자기 나타나거나 두통, 눈의 피로감이 발생하기도 한다. 간혹 졸음이 아닌 불면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춘곤증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춘곤증 때문에 사회생활에서 트러블을 경험할 수도 있다.

 

업무나 회의 중에 꾸벅꾸벅 졸거나 집중하지 못하고 동료나 상사가 말을 걸어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면 핀잔 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게다가 춘곤증이 오는 시기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많이 시작되는 봄. 이때 발생하는 춘곤증은 당신의 업무 속도를 늦춘다. 졸음과 멍한 상태 때문에 시간이 낭비되고, 판단력과 집중력이 저하되어 최상의 업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할 가능성도 커진다. 다시 말해, 사회적 평판이나 인사 고과에도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춘곤증을 극복하는 생활 수칙

 

1. 수시로 가벼운 체조

당한 운동은 춘곤증의 예방 수칙이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체력에 맞는 ‘적당함’을 찾아야 한다는 것. 겨우내 찐 살을 줄이려고 과격한 운동을 갑자기 시작하면 우리 몸은 더없이 피로해진다. 봄을 맞아 본격적으로 운동하고 싶다면 유산소운동을 중심으로 일주일에 3~5회가 무난하다. 근력 운동을 병행하더라도 1시간 30분을 넘어서는 안 된다. 한 번 할 때 2시간 이상 하는 것은 몸에 부담을 주고 오히려 춘곤증을 촉진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2. 점심식사 후 산책

2~3시간 간격으로 산책하는 것도 매우 좋은 해결책이지만, 실제로 이렇게 자주 산책하는 것은 전업주부도 워킹맘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점심을 먹은 후 동네나 회사 근처를 한 바퀴 돈다고 생각하면 일상적인 습관으로 만들기도 쉽고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성도 높다. 거리가 먼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다시 돌아오는 것도 좋은 노하우가 될 수 있다. 가능하다면 점심시간 외에 오후 산책을 하면 춘곤증 예방과 완화에 더욱 효과적이다.

 

3. 너무 차가운 음료수는 금지

봄이 되면서 “아이스”를 외치는 빈도가 잦아진다. 얼음을 가득 넣은 음료수를 너무 많이 마시면 몸이 차가워진다. 인간의 체온은 아침보다 저녁에 높고, 밤이 되면 아침까지 점점 내려간다. 즉, 찬 음료는 체온 주기를 방해하여 생체 시계를 혼란스럽게 하고, 밤에 제대로 잠들지 못하게 한다. 수면 부족은 춘곤증 극복을 방해하는 가장 위험한 요소다. 가능하면 몸을 차갑게 하지 말고, 날이 따뜻해졌다고 해서 차가운 것을 갑자기 많이 마시지 않도록 한다. 따뜻하거나 상온의 것을 섭취하려고 노력하면 봄철 호흡기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4. 낮잠은 되도록 금지

춘곤증에 굴복해 낮잠을 자면 자칫 버릇이 되기 쉽다. 우리 몸이 낮잠에 적응해버려 봄이 지나도 계속 졸릴 가능성이 크다. 낮잠이 밤잠을 보충해준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일시적으로 하루 정도라면 모를까, 예컨대 일 년 내내 부족한 밤잠을 낮잠으로 벌충하지는 못한다. 수면의 질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졸리더라도 낮에는 버티고 버텼다가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당겨 일찍 잠드는 것이 피로 해소에 훨씬 좋다. 정 낮잠을 자야겠다면 길어야 15분. 이렇게 짧은 시간 자더라도 머리가 개운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이 15분의 낮잠조차 그날 밤 숙면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5. 아침 햇볕을 쬐라

우리 몸에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있는데, 과학자들은 이를 수면 호르몬이라 부른다. 멜라토닌은 우리가 아침에 햇볕을 쬐면서 활동을 시작하면 약 14시간이 지난 후 인체에서 분비된다. 멜라토닌이 많이 분비될수록 수면을 촉진한다. 즉 아침에 충분히 햇볕을 쬐어, 아침이 와서 활동한다는 것을 인식하면 생체 시계가 흐트러짐 없이 잘 돌아간다. 어두운 방에서 아침을 보내지 말고, 커튼을 열어 봄볕을 만끽할 것. 인체에도 봄이 왔음을 알려야 활기가 생긴다.

 

6. 카페인 경계

카페인은 잠이 깨는 각성 효과가 있어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다. 커피나 녹차에 많이 들어 있고, 마신 지 약 30분 후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해 4~5시간 지속된다. 그런데 카페인의 각성 효과가 실제로는 잠이 깨는 것이 아니라 인체의 신경계를 자극하고 흥분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지면 다시 몸이 축 처지는 기분이 든다. 졸리다고 커피를 계속 마셔대면 사실상 이 각성 효과에 의지하는 셈이고, 내성이 생길 뿐이다.

 

7. 밤에는 제대로 숙면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사람은 반드시 낮에 졸리거나 멍한 시간이 찾아온다. 질 좋은 수면의 세계로 들어가는 방법은 간단하다. 뇌를 흥분시키지 말고 진정시키는 것이다. 잔상이 남을 정도로 흥분하거나 충격적이거나, 그야말로 파도를 치는 감정은 숙면을 방해한다. 그러므로 너무 스릴 넘치거나 무섭거나, 너무 슬프거나 너무 웃긴 TV 프로그램, 영화, 책 등은 잠들기 전에 접하지 않는다.

 

8. 바삭바삭한 간식 섭취

음식이 우리 몸에 들어가면 포만감이 들면서 몸이 나른해지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그러나 먹으면 졸음이 달아나는 음식도 있다. 좋은 간식을 챙겨 먹으면 졸음을 없앨 수 있다. 서양권에서 즐기는 티타임은 졸음이 오고 피로를 느끼는 주기에 맞춰 오후에 간식을 나누면서 졸음을 극복하고자 한 데에서 생긴 문화다. 식감이 너무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것보다 바삭바삭하고 조금 딱딱해 씹는 맛이 있는 메뉴가 춘곤증 극복에 유리하다. 잘 씹어 맛을 음미하다 보면 뇌가 자극을 받아 활기를 되찾게 된다. 턱을 사용해 씹는 껌 역시 춘곤증을 이기는 데 좋다.

 

9. 비타민 B와 비타민 C 충분히 섭취

신진대사가 갑자기 활발해지면 각종 영양소의 소모량이 커진다. 특히 봄철에 빨리 소모되는 영양소가 비타민이라서 평소에 비해 5~10배 이상이 필요하다. 이런 영양 불균형도 춘곤증의 중요한 이유가 된다. 그러므로 탄수화물대사를 도와주는 비타민 B군과 면역 체계를 돕는 비타민 C가 함유된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춘곤증이 나타나면 당분간 육류를 줄이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할 것. 비타민 B군은 보리, 콩, 시금치, 깨소금, 팥, 강낭콩, 땅콩 등에 많이 들어 있다.

 

견과류와 곡류를 잘 섞은 잡곡밥을 해 먹어도 좋다. 비타민 C는 냉이, 달래, 쑥갓, 미나리, 씀바귀 등 봄나물에 많이 들어 있다. 봄나물은 각종 비타민뿐 아니라 칼슘과 철분 등 무기질 함량도 매우 높아 춘곤증과 불면증을 예방하고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단, 상추는 금지 품목. 락투카리움이라는 물질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

 

10. 아침밥은 반드시 챙긴다

아침밥을 꼬박꼬박 먹는 것만으로 춘곤증을 예방할 수 있다. 하루에 필요한 영양소가 세끼에 잘 분배되도록 음식을 섭취하고 달걀, 생선 등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풍부한 음식을 잘 챙겨 섭취한다. 아침밥을 충실히 먹으면 아침 활동량을 늘릴 수 있어 몸의 기운이 살아난다. 그리하여 오후의 졸음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아침밥뿐 아니라 오전 시간대에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