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4월이면 창원은 눈길 닿는 곳마다 벚꽃에 푹 파묻힌 도시가 된다. 봄바람 따라 하늘하늘 나부끼는 꽃잎 사이를 걸으며 마산과 창원, 진해로 오래된 시간 여행을 떠난다.
근대 공간에서 차 마시기
100년의 세월을 품은 건물과 반세기의 이야기를 담은 문화 공간 ‘흑백’에 앉아 오래된 책과 가구 냄새를 맡으며 커피 마시기.
옛이야기 따라 시간 여행
김씨박물관에는 엄마 아빠의 이야기가, 소사주막에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있는 마을 산책.
예술촌 골목
프랑스의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뒷골목인 듯한 창동예술촌의 골목골목을 걸으며 마음이 끌리는 작가의 공방에 들러 체험하기.
싱숭생숭 봄바람 난 길
창원 곳곳에 나란히 서 있는 ‘누비자’ 자전거를 타고 폐 속까지 깊이 봄바람 들이마시기.
백 년의 시간을 걷다
근현대사 이야기를 간직한 오래된 건물이 골목골목 이어지는 군항마을을 자박자박 걸어보자.
해 지는 바닷가 달리기
행암철길마을, 바다와 마을 사이를 지나는 철길을 따라 걸으며 바다에 뜨겁게 몸을 담그는 노을을 바라보며 마무리하는 하루.
TRAVEL SPOT
DAY 1. 오래된 골목길 산책
소사마을-군항마을-경화오일장-행암 철길마을
- 드라마 세트장 같은 소사마을 풍경.
마을 전체가 박물관, 소사마을
마을 전체가 근현대사 박물관 같기도 하고 드라마에 나오는 1960년대 세트장 같기도 한 소사마을.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있는 조용한 소사마을에 들어서면 김달진 생가, 김씨박물관, 박배덕갤러리, 소사주막이 나란히 이웃하고 있다. 엄숙하게 진열장 안에 있는 전시물을 공부하는 게 아니라 할머니 집에 놀러가듯 마을을 구석구석 구경하다 보면 아빠 엄마의 추억을, 할아버지 할머니의 세월을 느낄 수 있다. 김씨박물관과 소사주막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김씨 가족의 가족사로 함축해 보여주기 위해 김현철 관장 개인이 만든 박물관이다. 꽁뜨 카페나 소사주막에서 간단한 요기를 하거나 차를 마시며 얼굴에 개구쟁이 표정을 그대로 간직한 관장님에게 슬쩍 말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갤러리 도슨트보다 재미있고 신나게 마을과 박물관 소개를 받을 수 있다.
- 가고파 꼬부랑길 초입.
벚꽃에 잠긴 군항마을
흐드러지게 핀 벚꽃 사이로 붉은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옛 건물이나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간판과 낡은 대문이 나란히 이어지는 군항마을. 시끌벅적한 군항제 기간보다 조용한 평일 오후가 더 어울린다. 경화역과 여좌천에서 벚꽃을 구경하고 한 발짝 옆길로 들어서 군항마을을 차분히 걸어보자. 한입 베어 물면 벚꽃 향이 입안 가득 담기는 진해제과 벚꽃빵을 입에 물고 중원로터리를 중심으로 천천히 걸으면 다 둘러볼 수 있는 마을이다. 조금 걷다 보면 100년 된 우체국이, 이제는 여객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진해역이, 이승만 대통령이 다녀간 오래된 중국집이 곳곳에 숨어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걷다가 지치면 6,70년대 진해 문화의 중심지였던 문화공간흑백으로 가보자. 1955년부터 유택렬 화백이 ‘흑백다방’으로 운영하다가 몇 해 전부터 그의 딸 유경아 씨가 시민 문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갑자기 과거로 들어온 듯 옛날 다방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 철길 옆 경화시장 오일장.
삶이 이어지는 폐철로를 따라서, 경화시장 오일장
– 진해 행암 해안도로
창원과 진해를 잇던 진해선은 지금은 폐철로가 되어 마을을 지나고, 오일장을 가로지르고, 바다 옆을 나란히 달린다. 경화역 인근에 대형 마트를 병풍 삼는 경화오일장이 매 3, 8일에 선다. 1924년에 공설 1호 시장으로 분류되었으니 어언 100년의 역사를 가진 오일장이다. 봄 향기 가득한 봄나물과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창원 미더덕이 좌판에 펼쳐진다. 어린아이 머리만 한 대형 핫도그와 시장만큼 오랜 역사를 가진 경화당제과의 콩과자로 주전부리하며 행암동 철길마을로 이동한다. 바다의 능선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지던 철로가 탁 트인 바다와 만난다. 작은 배가 드나드는 작은 항을 바라보고 알록달록한 그림과 철로가 여행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해 질 녘쯤 방문하면 진해만으로 지는 일몰을 보면서 바다로 이어지는 데크를 걸으며 낭만을 즐겨보자.
DAY 2. 아트 시티 투어
창동예술촌–꼬부랑벽화마을–창원 크루즈–가로수길
- 가고파 꼬부랑길 초입.
예술가의 거리, 창동예술촌 – 가고파 꼬부랑길
마산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였던 창동. 상인들이 빠져나간 빈자리에 2012년 창원시가 원도심 재생 사업을 하며 예술가들이 모여 알록달록한 예술촌을 만들었다. 세 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만한 좁은 골목부터 시장으로 이어지는 넓은 골목까지 구석구석 작가의 공방과 작은 갤러리들이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의 어느 뒷골목처럼, 골목에 나란히 걸려 있는 화분과 벽화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도를 보지 말고 길을 잃은 듯 구석구석 걷다가 마음에 드는 체험 공방에 들어가 나만의 작품을 하나 만들어보는 것도 이 여행의 행복한 추억이 될 수 있다. 골목 여행이 끝나면 부림시장을 지나 가고파 꼬부랑벽화마을과 창원시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문신미술관도 들러볼 만하다.
- 메타세쿼이아 나무 길게 뻗은 용지동 가로수길.
도심 속에서 만끽하는 휴양, 창원 크루즈 – 창원 가로수길
작년 3월 창원 앞바다를 둘러볼 수 있는 크루즈가 운항을 시작했다. 하얀 등대가 주인공처럼 서 있는 돝섬과 마창대교를 지나 남해의 탁 트인 바다를 보고 돌아오는 1시간 40분짜리 코스다. 양옆으로 마산 도시가 펼쳐지고 파도가 잔잔해 바다가 아니라 커다란 호수 위를 가르는 듯하다. 바다 내음 섞인 봄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갈매기 떼를 구경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간다. 배에서 내려 신사동 가로수길 못지않게 분위기 좋은 카페와 식당이 모여 있는 용지동 가로수길로 향한다. 용지동주민센터 앞에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곧고 길게 늘어서 있어 봄볕 좋을 때 커피 한 잔 손에 들고 걷기에도 좋고 봄볕이 테라스 가득 들어오는 카페에 앉아 잠시 여유를 부리기에도 좋다. 매월 셋째 토요일에는 가로수길 일대에 길마켓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 길마켓이 함께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