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다시 한번? 2014년 펀드 투자 기상도
손에 잡히는 재테크
‘주식은 널뛰고 펀드도 시원찮다’는 게 최근 몇 년간의 투자 심리였다. 그런데 최근 두 달 새 주식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섰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많이 사들여서다. 하지만 주위를 보면 ‘펀드를 정리했다’는 사람이 많다.
이 상황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 펀드는 당분간 가지고 있어라
지난 8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주식 시장이 조금씩 상승세다.그 기간 동안 눈에 띄는 변화가 두 가지 있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13조 정도 샀고, 국내 기관 투자자들은 주식을 많이 팔았다. 물량을 쏟아낸 기관 투자자들을 분석해보니 투신사나 자산운용사가 많았다. 개인 투자자들이 자산운용사를 통해서 펀드를 많이 팔았다는 의미다.
지난 2010년 쯤, 그러니까 주가가 꽤 높았을 때 펀드에 가입한 사람들이 한동안 손해를 보다가 최근 본전을 찾으면서 ‘다행이다’싶은 마음에 얼른 발을 뺀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주식 시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 사람들이 돈을 풀면(주식을 사면) 주가가 오르고 반대의 경우 떨어진다. 외국 돈이 많이 들어온다는 건 당분간 주식이 좋아질 수 있다는 신호다. 게다가 증권 시장은 ‘개인 투자자들이 팔아치운 다음에는 주가가 오르더라’는 속설이 있다.
그러다 다시 오르고 난 다음에야 부랴부랴 산다는 것이다. 최근 두 달 정도의 흐름은 ‘개인의 펀드 환매가 이어지면서 그 물량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받아갔다’로 정리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의 경험을 보면 주가는 오를 여지가 있으니 펀드를 조금 더 가지고 있는 것이 좋겠다.
◆ 좋은 펀드 고르는3가지 원칙
주식 시장이 오른다고 내 펀드가 무조건 따라 오르는 건 아니다. 그러면 내 펀드의 ‘품질’을 따져봐야 되는데, 사람들은 대개 ‘운용사에서 알아서 하겠지’하고 관심을 높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펀드에 대한 정확한 현황 파악이다. 정확한 성적표가 있다. 3개월에 한 번씩 오는 펀드 운용 보고서다. 연말에도 배달되는데, 10장이 넘는 두툼한 서류에 복잡한 숫자가 많아서 머리는 아프겠지만 그래도 수익률을 꼼꼼하게 확인하자.
수익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몇% 오르고 내렸는지 보여주는 절대수익률, 그리고 시장 기준 수익률 대비 수익률을 보여주는 BM(bench mark)이다. 주가 지수가 전체적으로 얼마나 올랐고 거기에 비해 내 수익률은 어떤지를 비교해주는 항목이다.
‘좋은 펀드’를 고르는 기준은 세 개다. 절대수익률이 플러스냐, 기준수익률보다 높으냐, 비슷하게 운용하는 경쟁 펀드의 수익률보다 좋으냐다. 3가지 중 2가지 이상에 해당되면 보유하고, 1개만 해당되거나 아예 없으면 다른 대안을 생각해 보자.
- 경쟁 펀드 수익률은 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 (www.kofia.or.ke)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나 더 따져볼 것은 펀드의 비용이다. 펀드에는 운용 보수와 판매 수수료, 거래 수수료, 그리고 세금이 나간다. 운용 보수와 판매 수수료는 미리미리 떼니 보유 중인 펀드에서 감안해야 할 비용은 거래 수수료와 세금이다. 너무 잦은 매매를 하면 수수료와 세금이 그만큼 올라간다. 예전에 금리가 높거나 주식 시장이 활황이었을 때는 수수료나 세금이 무시해도 될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익률이 연 5%만 나와도 성공적인 수준인데 거기서 1~2%의 비용이 빠지면 결과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내기가 힘들다.
◆ 큰 회사에서 운용하는 작은 펀드를 고르자
‘만일 새 펀드를 고른다면 ’크고 유명한 운용사의 규모 작은 펀드‘를 고르는 게 좋다. 사실 투자금 운용은 펀드매니저 개인의 능력보다는 조직의 운용 시스템이 중요하다. 아무래도 규모가 크고 오래된 회사일수록 실수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유명한 회사에서 또 너무 유명한 펀드를 고르는 것은 주의하자.
예를 들어 펀드 투자금 규모가 1조원이라고 가정하자, 인기 있는 펀드지만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많다. 이 펀드가 자산의 5%를 투자해 어떤 주식을 산다고 가정해보자. 1조의 5%면 500억원이다. 중소형주 주식을 500억어치나 산다면 순식간에 주식 시장이 요동칠 것이고 법적으로 그만한 지분을 혼자 가질 수도 없다. 그러다 보니 규모가 큰 펀드들은 운용상의 편리성 때문에 공룡처럼 큰 걸음만 걸을 수 있다.
물론 큰 걸음이 장기적으로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때로는 시장 상황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유리할 때도 있다.
이런 부분을 감안하면 생긴 지 얼마 안 된 펀드 중에서 수익률이 좋아지는 추세고, 펀드 총 규모가 약 1천억원 정도까지 빠르게 늘어난 상품들을 찾아보는 편이 낫다. 아울러 판매처가 여러 군데인 상품이 좋겠다. 펀드를 파는 곳은 대부분 은행이나 증권사인데 판매하기 전에 자체적으로 검증 과정을 거친다. 때문에 여러 군데에서 파는 펀드라면 그만큼 믿을 만하고 실수가 적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