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국채 투자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안 그래도 꾸준하게 오름세를 그리던 브라질 헤알화 환율이 올해 들어 상승 기울기가 급하게 커지면서 환차손 규모가 더욱 확대된 탓이다. 이로 인해 채권 이자를 보고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환율이라는 복병을 만나 그 몇 배에 달하는 손실을 안고 있다.
브라질국채가 국내 증권회사를 통해 판매되기 시작한 건 2010년의 일이다. 당시 국내 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극복하고 조금씩 오르던 상황이었다. 2010년에는 기준금리가 0.25%p씩 두 번 인상돼 7월에는 2.25%, 11월엔 2.50%이 됐다. 2% 중반의 금리 아래에서 브라질국채가 내건 연 10%의 수익률과 비과세 혜택의 유혹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2010년부터 판매하기 시작
자산가들을 필두로 많은 투자자들이 브라질국채 매입에 뛰어들었고, 브라질국채 판매에 동참하는 증권사들도 하나둘 늘면서 그 규모는 더욱 확대됐다. 판매 잔액이 6조 3000억 원에 달한다.
약속된 고리의 이자를 받으며 10년을 기다리면 좋을 텐데 문제는 환율이었다. 천천히 하락하던 헤알 환율이 2011년 하반기부터 방향을 위로 돌리더니 그 이후로는 내내 상승한 것이다(헤알화 가치 하락). 더구나 브라질국채 투자는 원화를 달러로 바꾼 뒤 다시 헤알화로 환전해 매입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헤알/달러 환율 뿐 아니라 원/달러 환율도 수익률에 영향을 미친다. 원화는 2010년 당시보다 하락했다(원화 가치 상승).
결국 브라질국채를 매입한 투자자들 대부분은 원-달러와 달러-헤알 환율 모두에서 평가손실을 보게 됐다. 2014년 9월부터는 상승폭이 급격하게 커져 환차손 규모도 크게 확대됐다. 2011년 7월 환율이 1달러당 1.55헤알이었는데 지난 3월 17일엔 3.27헤알이 됐으니까 달러-헤알 환율에서만 반토막이 난 것이다.`[그래프 참조]
물론 채권만기가 10년으로 길고, 손실액도 채권가격과 환율을 지금 시점에서 평가한 평가금액일 뿐이므로, 중간에 해지만 하지 않으면 실제 손익은 채권 만기 시점의 환율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환율이 이렇게 큰 폭으로 오르고 내리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기 때문에 투자자들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평가손실에 실망해 실제로 중도에 환매, 손실을 확정한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브라질 안팎으로 불안요소 산재
환율이 상승하는 것은 해당 국가와 경제의 불안을 의미한다. 헤알 환율이 이 정도까지 오른 것은 브라질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크고 단순하게 바라보면 지금의 환율 상승은 강(强) 달러 현상과 이어져 있다. 미국 경제가 회복하면서 달러 가치가 상승하는 반대급부로 원자재가격과 이머징국가의 통화 가치는 하락하는 것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엔 이런 추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재가격 하락은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브라질 경제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 브라질은 특히 철강의 원료인 철광석을 많이 생산하는데, 세계 철강 수요를 좌지우지하는 중국이 고성장 행진을 멈추면서 타격을 받아 14년 만에 대규모 적자(39억 달러)를 기록한 것이다.
여기에 정치 불안도 외국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 하의 브라질은 소득분배 정책을 강화하고 2014년 월드컵, 2016년 올림픽 등을 유치하면서 재정지출을 크게 확대했다. 그러나 이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지자 호세프는 재집권 후 경제활성화 및 복지축소로 방향을 돌렸다. 하지만 반발도 심한 데다, 이 와중에 브라질 최대기업 페트로브라스의 비리 스캔들에 정권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결국엔 S&P가 투자적격등급 중 최하위 BBB-인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한 단계 낮추지 않을까를 걱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환율 전망치 고점 다다라
수출 등 경제가 나빠져 적자가 이어지고 정국 불안과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외국인의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 헤알 환율은 더욱 상승하게 된다. 물가 급등을 막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변수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헤알 환율을 최대 3.2헤알으로 전망했다. 이미 도달한 숫자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초 헤알/달러 환율을 2.5~3.1헤알로 전망하면서 일시적으로 이 범위를 벗어날 수 있겠지만 추세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 또한 예상 범위를 벗어났다.
분할투자라면 해 볼만
어두운 전망만 나오는데 그렇다면 이제라도 보유하고 있는 브라질국채는 매도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일단 기본적인 것부터 확인해보자. 첫째 채권인만큼 당장은 환율이 문제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만기가 됐을 때 상환받을 수 있는가 여부다. 기업으로 치면 부도, 국가는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면 원리금은 온전히 건질 수 없게 된다. 다행히 전문가들은 브라질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우리나라와 비슷할 정도로 많고, 적자를 기록했다고는 해도 우리와 달리 자원대국이다.
환율은 더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막바지에 다다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이 헤알 환율 상승의 정점이 되지 않겠느냐고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이에 따라 길게 보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만기까지 보유할 계획이었던 기존 투자자라면 손절 시점 놓친 마당에 지금 환매할 이유는 없다. 만기까지 보유하되 최악의 위기국면이 지나는 시점에서 추가매수를 고려할 만하다. 이른바 ‘물타기’를 해서 손실폭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혹시라도 10년 만기 채권을 단기 차익을 얻기 위해 매입한 투자자라면 불확실성 해소에 오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손실을 확정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이에 반해 공격적인 성향의 신규 투자자라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브라질국채에 투자하려면 예전엔 최소 1000만 원은 있어야 가능했지만 채권가격 하락으로 지금은 최소매입 단위가 350만~400만 원 정도로 낮아졌다. 그러므로 시기별로 3~5회로 나누어 분할매수로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
지금이 최악이지만 천천히 회복될 거라 판단한다면 브라질국채를 고액으로 한꺼번에 직접 매입하는 대신 브라질 채권에 매달 적립식으로 투자하면서 투자시기를 분산해 위험을 줄일 수도 있다. 산은삼바브라질자 펀드 중 채권형이 운용되고 있는데, 이 펀드는 브라질 우량 회사채에 투자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만 헤지하고 헤알화엔 노출돼 있기 때문에 환율이 정상화될 경우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장기간 투자할 생각이라면 아예 연금펀드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KDB삼바브라질연금저축자[채권]이 지난해부터 운용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