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인 줄 알았는데 매인가… '옐런 쇼크'

 

[내년 봄 금리인상 시사… 세계 증시 급락]

 

 -옐런의 자충수?

 "양적완화 종료후 6개월뒤 인상"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 시점 에둘러 말하는 불문율 깨

 

 마켓워치는 "헛발질" 깎아내려

 

 -금리인상 어떻게 되나

 "급격하게 올리지는 않을 것" 내년 말 1% 수준 전망

 

 19일(현지 시각)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내년 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자, 전 세계

 증시가 동반 하락했다. 금리 인상 시점이 시장의 예상

 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이 주식에 대한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

 강세와 더불어 시중 부동자금이 미 국채시장 등으로

 흘러가 증시에는 악재가 된다.

 

 옐런 의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연방 공개시장위원회

(FOMC)를 열고, 현재 월 650억달러 규모인 자산매입

 규모를 4월부터 550억달러로 100억달러 추가 축소하기

 로 결정했다. 옐런 의장은 또 양적 완화 조치를 마무리

 한 이후 '6개월쯤 지난 시점'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구체적인 금리 인상 시점을 밝혔다.

 

 양적 완화 규모가 현 추세대로 FOMC 회의 때마다

 100억달러씩 준다고 가정하면, 오는 10월 양적 완화

 조치가 종료되고, 내년 4월쯤 금리 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

 

 ◇화들짝 놀란 글로벌 증시

 

 당초 내년 하반기에나 금리 인상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했던 시장은 이 발언에 즉각 민감하게 반응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0.7%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0.61%와 -0.59%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20일 코스피 지수도 0.94% 하락하며 30거래일 만에

 1920선이 무너졌다. 외국인이 총 2110억원을 순매도

 하면서 주가를 끌어내렸다. 일본 닛케이 지수(-1.65%)

 와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1.4%), 홍콩 항셍지수(-1.79%), 대만 가권지수(-1.06%) 등도 전날 대비

 1% 넘는 하락폭을 기록했다. 달러화도 강세를 기록해,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전날보다 5.7원 오른

 1076.2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발 아시아 주요국 증시 타격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안에

 테이퍼링을 마무리하고, 내년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정도는 모두 예상했던 일"이라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 시장이 받는 충격은 단기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통 중시하는 옐런 의장의 자충수?

 

 사달은 FOMC 회의가 끝난 후 오후 2시부터 시작된

 기자회견에서 발생했다. 옐런 의장은 "'양적 완화 종료

 후 상당 기간(for a considerable time)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했는데 상당 기간이 어느 정도냐"는 질문

 에 "구체적으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6개월 정도

 (around six months)"라고 답했다.

 

 시장과의 소통을 누구보다 중시하는 옐런 의장이 나름

 성의껏 답변한 것이다. 하지만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이날 오후 2시까지 전날과 같은 보합권을 유지하던

 뉴욕 증시는 하락세로 돌변했다.

 

 주식시장은 이 발언을 금리 조기인상 가능성으로 해석

 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금리 인상은 내년

 하반기에나 있을 것이라는 시장의 컨센서스(공감대)를

 뒤집은 발언"이라고 전했다.

 

 통상 중앙은행장은 정책 결정의 구체적인 시점에 대해

 특정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경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 섣불리 시기를 못박았다가 나중에

 족쇄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임 벤 버냉키 의장은 똑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FOMC 회의가 앞으로 두세 차례

(a couple of meetings) 더 열릴 때까지"라고 에둘러

 답했다. FOMC가 6주마다 열리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서너 달까지는 금리인상이 없다는 뜻이었다.

 

 이날 옐런의 발언에 대해 마켓워치는 '헛발질(slip)'이라

 고 깎아내렸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비둘기파로 알려진

 옐런이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매파적인 시각을 드러내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평가했다.

 

 ◇"금리인상 속도 느릴 것, 내년말 1% 전망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에 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

 은 '그린스펀 트라우마'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은 1994년과 1999년 두 차례

 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해 경제에 큰 충격을 줬다.

 1994년엔 3년간 유지해온 연 3%의 기준금리를 1년

 만에 6%로 끌어올렸다.

 

 이로 인해 고수익을 좇아 파생상품에 많은 돈을 투자했던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가 1994년 12월 파산을

 선언했고, 이웃 국가인 멕시코가 금융 위기를 맞았다.

 그린스펀 쇼크는 몇년간 전 세계를 돌며

 한국·인도네시아·태국 등 아시아권(1997년)과 러시아

(1998년)를 외환 위기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옐런은 내년에 금리를 올리더라도 그린스펀처럼

 급격한 인상은 시도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할 만큼 미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FOMC 회의에서 위원들은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돼

 도 금리(현재 기준금리는 0~0.25%)가 내년 말 1%,

 2016년 말 2.25%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신흥국에서 급격한 자본 유출 등의 충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은 “미국이 중국과 신흥국을

 무시하고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수 없을 것”이라며

 “0.25%포인트 정도씩 올린다면 세계 자본 흐름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